자기 제시의 목적 및 자아상 형성

자기 제시의 목적

 

자기 제시는 인간 본성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왜 그토록 신경 써야 할까? 첫째, 사람들은 타인에게 가치 있는 자료를 얻기 위해 자기 제시를 한다. 우리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때가 많으므로 그것을 공유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거나 특정한 여성과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은 면접관이나 그 여성에게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다는 인상을 전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기 제시는 다른 사람의 삶에 미치는 통제력을 전략적으로 얻는 방법이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보상을 늘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개 자기 제시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속인다기보다, 그들이 우리의 장점 능력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인상을 주는 것에 가깝다. 사실 우리는 일부러 자신의 약점을 보이거나 긍정적 특성을 축소해 보여줄 때도 있다. 둘째, 자기 제시는 자아상을 '건설'하는 방법이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인 자아 개념은 타인의 시선에도 영향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이 적당한 때 내 말에 항상 웃어준다면 스스로 유머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것은 흥미롭게도 내가 보는 방식대로 나를 봐주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예컨대 자기관이 긍정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좋게 평가해주는 이들과 상호작용하기를 선호하고, 자기관이 부정적인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는 이들과 상호작용하기를 선호한다.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받는 인상을 관리함으로써 자신이 스스로에게 받는 인상을 관리할 수 있다.

 

자기 제시를 통한 자아상 형성

몇몇 연구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자기 제시가 더 직접적으로 자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인식 과정과 비슷하게 우리는 스스로 관객이 되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자기 제시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그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재치 있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이 강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농담을 많이 하려는 동기가 생겨난다.  이처 자기 제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고 자아상을 원하는 대로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제시는 사회적 목적에도 부합한다. 즉 자기 자세는 우리가 어떻게 대우받기를 기대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사회적 만남이 더욱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도와준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자기 제시를 배우, 연기, 무대 장치, 대본, 소품, 역할, 무대 뒤 영역이 있는 극장에 비유하는 연출적 관점을 소개했다. 연극이 순조롭게 상연되듯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편안하게 진행되려면 연기는 평범한 사회적 대본을 따라야 하고 배우는 서로의 표현을 존중하고 그에 맞춰야 한다. 고프먼은 이렇게 추론한다. 예컨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정중한 대접을 기대한다면 그 지위에 앉아 있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이상의 행동을 해야 한다. 적절한 복장을 갖추고 알맞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위가 낮은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등 그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원활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의 자기 제시를 문제 삼으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이 완전히 진짜가 아닌 대외적 모습으로  '체면을 지키게'해준다. 예컨대 우리는 친구가 자랑할 때 과장되었다고 지적하면 친구가 무안해지는 것은 물론 모두가 불편해지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랑을 그냥 들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체면을 세우는 사회적 관습에 신경 쓰는 것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자기 제시의 극단적 예 : 프레드 데마라

 

요약하면 자기 제시는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을 얻도록 도와주고 원하는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도와주며 사회적 만남을 더욱 순조롭게 해준다. 이러한 내용을 프레드 데마라의 어린 시절에 적용해 보면 그가 왜 사기꾼의 삶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한다. 데마에게는 그 무엇보다 대외적 평판이 중요했다. 평판 좋고 잘나가는 사업가의 재능 있는 아들로 태어난 프레드는 좋은 대외적 이미지의 가치를 배웠을 뿐 아니라 자라면서 그것을 선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유했던 집안 사정이 악화되면서 자신의 좋은 대외적 평판이 점차 사라지고 긍정적 자아상의 토대가 흔들리자 큰 충격을 받았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나 스스로 느끼는 굴욕감을 견디지 못한 데마라는 16세에 집을 뛰쳐나왔다. 처음에는 수도사, 그다음에는 사제가 되는 훈련을 받았지만 둘 다 성공하지 못했다. 좌절한 데마라는 자신이 일하던 톨릭 소년의 집에서 차를 빌렸고 평생 처음으로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이내 군대 역시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길로 탈영해 버렸다. 데마라는 나이 스물에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대외적 평판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산산이 무너졌다. 고향 사람들에게는 망한 사업가의 아들이었고 그가 아주 좋아했던 성당에서는 실패자요, 도둑이었으며 군대에서는 탈영병이었다. 외적인 모습이 그토록 중요했던 사람에게는 대외적 삶이 본질적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정말 그랬을까? 데마라의 머릿속에 떠오른 논리는 상당히 간단해 보였다. 그는 성공을 원했다. 좋은 평판은 성공의 핵심이다. 데마라라고 알려진 사람의 평판은 영원히 망가졌다. 따라서 그는 더 이상 데마라로서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손상된 정체성을 버리고 평판이 좋은 다른 사람들의 정체성을 가져다 희대의 사기꾼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데마라의 사기 행각은 극적이고 믿기 어렵 극단적이었다.하지만 의학 연구자들이 괴상할 정도로 빠르고 비정상적인 암세포의 성장을 탐구함으로써 건강한 세포의 정상적 성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듯 데마라 같은 희대의 사기꾼의 행동을 탐구함으로써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대처하는 이유와 방식을 알아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호감 가는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 지적인 사람으로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왜 자신의 대외적 이미지를 통제하고 싶어 하고, 사람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는 무엇이며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며 언제 그러한 전략에 노력을 기울이는지 연구해 보자